고객 2만3천명 비밀번호…우리은행, 맘대로 바꿨다
우리은행의 영업점 160곳에서 직원들이 고객 2만3천여명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변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2018년 5월부터 3개월여 동안 개인 실적을 올리기 위해 휴면계좌 등 장기간 거래가 없던 고객 계좌의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1년 이상 인터넷·모바일뱅킹에 접속하지 않은 고객이 거래를 재개하려면 기존 비밀번호와 새 비밀번호를 함께 입력해야 하는데, 기존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객에겐 은행이 임시 비밀번호를 부여한다. 직원들은 이런 방법을 활용해 새 비밀번호를 받아 온라인 계좌에 고객이 접속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활동성 계좌가 활성화되면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와 관련이 깊다. 핵심성과지표 성적은 인사고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쪽은 “2018년 7월 은행 자체 감사시스템을 통해 발견해 시정 조치했다”며 “2018년 10월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시 금감원에 보고한 건으로 정보 유출 및 금전적 피해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해당 건 실적 차감, 시스템 전면 개선과 영업점 직원 교육 강화 등과 함께 영업점 핵심성과지표에서도 해당 항목을 폐지하는 등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당시 조사를 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조처를 내리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1년 반 전에 발생한 사건이 뒤늦게 외부에 알려진 것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 회장은 7일 열리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영업점 직원들의 고객 비밀번호 임의변경 사건이 이사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