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한 청약제도와 고민 그리고 아쉬움
어머니가 외삼촌의 소식을 통해 청약통장을 알게되셨듯이 나도 친구의 소식을 통해 다시 청약통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청약제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알아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청약통장의 종류는 “청약저축” 통장이었다. 이 종류의 차이는 내가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의 종류와 연결되어 있다. 청약저축은 국민주택만 청약할 수 있다. 국민주택은 쉽게 말해 SH, LH 아파트 같은 정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익숙한 자이, 래미안, 아이파크, 이편한세상 등의 브랜드 아파트들은 민간 건설사인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이 짓는 민영아파트다. 결국 내가 가진 청약저축 통장으로는 서울에서 좋은 입지에 주로 분양을 하는 민영아파트는 청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많은 고민이 생겼다. 먼저 청약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청약통장을 가입할때는 청약부금, 청약예금, 청약저축 3가지 종류의 청약통장이 있었고 금리나 소득공제 혜택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청약저축을 주로 가입하였는데 어찌보면 지금 나에게 청약저축 통장은 실제 내가 필요로 하는 아파트 청약의 목적에 있어서 크게 쓸모가 없는상황이었다. 그리고 청약제도의 변경으로 위 3종류가 통합되어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생겼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나의 청약 경쟁 대상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가입기간이 오래된 나는 사실상 청약에 있어서 혜택은 커녕 실질적으로는 가입인정기간 산정에 있어 손해만 본것처럼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사실상 그동안의 가입기간에 대해서 가점이 인정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청약저축을 그동안 유지할 이유가 크게 없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영주택을 청약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서울에서 민간건설사가 시공하는 민영아파트는 좋은 위치에 위치하고 인지도가 높지만 국민주택 아파트는 그렇지 못하다. 공급수량도 제한적이고 입지도 좋지 못하다. 비록 청약가점을 기준으로 하면 장기적으로 국민주택 청약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저축이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민간아파트에 청약할 수만 있다면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도 청약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청약저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였다. 새로생긴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이러한 고민없이 국민주택, 민영주택 모든 종류에 청약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청약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고민은 또 있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국민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에서 민영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으로 변경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청약통장의 쓸모를 높이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청약제도상 청약저축을 청약예금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나에게주신 선물같은 청약통장인데 내가 이걸 함부로 변경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내심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목에서 나는 뭔가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다는 온전히 이 청약저축통장을 그대로 가지고 가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차피 청약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어차피 청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통장을 변경할 것 까지 있을까하는 생각도 마음 한편에 있었다.
결국 나는 생에 처음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기 위해서 은행에 찾아가서 청약저축을 청약예금으로 변경하였다. 당시 은행에서 업무를 도와주셨던 여자 직원분이 청약저축에서 청약 예금으로의 변경은 가능하나 한번 변경하면 다시 복귀는 불가능 하며 청약 예금은 소득공제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시는 바람에 나의 마음이 약해져서 그럼 한번 더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은행 지점을 나왔었다. 그리고 그 하루동안 다시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보고 다시 청약통장 종류 변경에 대한 결심을 하고 다음날 다시 같은 은핸 지점을 찾아 같은 직원분을 통해 청약예금으로 통장을 변경하였다.
당시 청약통장에 남아있던 금액을 최대한 청약예금으로 예치하고 일부 남은 금액은 내 계좌로 입금 하였다. 그리고 그날 어머니께 문자를 드렸다. 오늘 청약예금으로 변경했는데 그동안 아들위해서 청약통장 만들어 주시고 관리해 주신거 감사드린다고 문자를 드렸다. 은행은 나오는 순간 뭔가 내가 매우 큰 잘 못을 하고 큰 실수를 한 듯한 기분에 정말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나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셨고 이제는 내가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할 일들이라는 마음의 무거움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