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법과대학을 거쳐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3년 법무법인 광장에 합류해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6년 7월 무궁화신탁을 인수한 뒤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궁화신탁은 관계사로 무궁화캐피탈, 무궁화PE, 현대자산운용 및 케이리츠투자운용 등이 있다. 나반홀딩스는 오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무궁화신탁의 오창석 회장이 ‘광명전기-피앤씨테크 분리 및 인수 거래’에서 투입금액 대비 큰 규모인 수백억원 현금을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광명전기와 피앤씨테크는 현금이 유출되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위험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 갑작스런 지분구조로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킨 광명전기가 지난 1일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목적을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관심은 최대주주의 지분 인수 과정이다.
광명전기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 등장하는 나반홀딩스, 무궁화신탁에 이어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까지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곳을 동원하고, 이전 대주주가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피앤씨테크가 무궁화신탁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등 복잡한 자금흐름을 통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 모든 과정이 오 회장의 자금부담을 최소화하고 작년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70억 여원에 달하는 광명전기의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나반홀딩스는 지난 3월과 4월 두차례에 걸쳐 조광식·이재광 광명전기 공동대표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먼저 조 대표는 자신의 지분 649만6572주(14.99%)를 180억원에 넘겼다. 주당 2770원, 당시 주가는 2400원대였다. 이날 조 대표는 광명전기가 갖고 있던 피앤씨테크 지분 29.6%를 14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라 광명전기와 계열분리를 했다.
나반홀딩스는 보름 뒤인 4월 3일 이 대표의 지분도 모두 인수했다. 주식 수는 조 대표와 같은 649만6572주였지만 그보다 더 비싼 주당 3156원, 205억원에 매입했다. 짧은 기간에 최대주주 2명의 지분을 차례대로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눈길을 끈 것은 이날 피앤씨테크가 무궁화신탁의 주식 14만1667주(3.65%)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오창석 회장의 개인 지분을 170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한달 뒤인 5월 14일 나반홀딩스는 케이와이에이치홀딩스에 광명전기 지분 6%(259만9091주)를 81억원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나반홀딩스가 광명전기 지분을 인수할 때보다 높은 가격에 팔았다. 이어서 사흘 뒤엔 광명전기가 뜬금없이 MIT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억원을 출자함으로써 지분 18.3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MIT는 2022년 오 회장의 사모 펀드회사인 천지인엠파트너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올 상반기 현재 나반홀딩스와 오 회장, 천지인산업개발이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3년째 거래정지 상태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가처분신청에 따라 법원 결정이 날 때까지 정리매매가 보류된 곳이다. 그런데도 MIT는 지난 9월말 나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광명전기 지분 15.02%를 200억원에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고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 지분 8% 가량만 보유하는 계약을 맺었다. 잔금 납부일은 오는 12월 15일이다.
현금 쥐고 상폐 위기 MIT, 광명전기 최대주주 만들어
정리하면 오 회장은 나반홀딩스로 광명전기를 인수하는데 385억원의 현금을 투입한 후, 피앤씨테크에 넘긴 무궁화신탁 지분 대금 170억원, MIT가 광명전기로부터 받은 출자금 60억원, 케이와이에이치에 지분 6%를 매각한 81억원 등 311억원을 회수했다.
또 나반홀딩스를 중심에 놓고 보면 MIT에서 들어온 광명전기 지분 매각대금 200억원과 상상인저축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49억원을 갚고나면 150여 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셈이다.
오 회장 입장에서는 무궁화신탁 지분 3.65%를 지렛대로 활용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MIT를 광명전기 최대주주로 만들고 나반홀딩스도 8%가 넘는 지분까지 챙기게 만든 것이다.
광명전기는 이같은 거래로 인해 지난 5월 에머슨케이홀딩스로부터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나반홀딩스의 광명전기 지분 인수와 조광식 대표의 피앤씨테크 지분 인수 등이 모두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통모해 자행한 횡령·배임 행위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뤄진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며 모든 거래에 대해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 소송이었다.
한편 광명전기는 올 상반기 감사법인 삼덕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나반홀딩스에 인수되고 자회사 피앤씨테크 매각, MIT에 60억 유상증자 등의 격변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삼덕회계법인은 광명전기 검토보고서에서 “종속기업 투자 및 관계기업 투자의 회계처리, 관련 이연법인세 자산·부채의 적정성에 대해 검토보고서일 현재 충분한 검토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광명전기는 지난해 말까지 대성삼경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한정’ 의견은 올 초 광명전기를 인수하고 처음 받은 것이다.
원문 : https://m.ilyoweekly.co.kr/news/newsview.php?ncode=1065589776195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