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상도동 푸르지오 클라베뉴, 과거 지주택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 사연 관련 기사 (3)

'1조 원대' 상도 푸르지오 돌연 분양 중단…"상도 11구역은 제2 대장동?"


"시행사 부도낸 뒤 '법인 갈아타기', 사업권 무상 인수로 4천억 대 차익 예상


조선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의 사당이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지덕사' 터에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4만7천 제곱미터의 대지에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상도 푸르지오클라베뉴는 지하 5층~지상 18층 아파트 10개 동 771세대로 전체 분양가는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5월 예정했던 이곳 상도 11구역의 아파트 분양을 돌연 중단했다. 대법원이 2021년 5월 7일 토지 입찰에 참여했던 와이즈피엠씨가 시행사 포스트개발과 우리자산신탁(이전 국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계약 무효확인' 소송에서 "토지 매매계약 과정에서 부당함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우리자산신탁이 지난 2014년 12월 13일 상도 11구역의 토지를 파산한 세아주택에서 포스트개발로 수의계약을 통해 넘겼는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포스트개발의 실제 소유주가 파산한 세아주택의 기대석 대표와 세아주택 등기이사이자 포스트개발 회장 김 모씨로 동일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법원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2013년 12월 상도 11구역 토지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8개사 가운데 하나였던 원고 와이즈피엠씨는 포스트개발과 세아주택의 소유주는 같은 사람들로, 부도를 내고 토지를 압류당한 사람이 부당한 계약자 선정 과정을 통해 압류된 토지를 되가져 갔다고 주장했다. 1천6백억을 빌려준 다음 산은캐피탈, 우리종합금융, KB증권 등 채권단과 신탁회사였던 우리자산신탁 등이 서로 짜고 상도 11구역의 토지 경매를 고의로 유찰시켰고, 자격도 없는 사람이 소유한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토지를 넘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 소송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부도를 낸 세아주택의 소유주와 토지를 새로 산 포스트개발의 소유주는 같은 사람으로 드러났다. 상도 11구역 주택건설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세아주택 기대석 대표와 기 대표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 김 모 씨가 이권다툼으로 서로 민형사상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원 판결로 둘 사이에 맺은 '상도 11구역 공동사업약정서'가 나온 것이다.

압류된 상도 11구역 토지 경매 공고가 나기 한 달 전인 2013년 11월 13일 두 사람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에서 상도11구역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던 세아주택 기대석 대표와 채권자이자 공동사업자였던 김 모 씨(세아주택의 등기이사)는 "그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상도 11구역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다. SPC의 주주는 갑 또는 갑이 지정하는 자 49.5%, 을 또는 을이 지정하는 자 49.5%, 갑과 을이 지정하는 자 1%로 한다. 지분율과 관계없이 이익을 배당받는 갑과 을의 지분은 50 : 50으로 한다."며 주식과 지분을 구별해 약정했다.

2018년 10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김 모 회장이 기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권 확인 등의 소송에서 이 약정서를 증거로 포스트개발의 주주 명부에 있는 이 모 씨(기 대표의 처) 등 3명이 보유하고 있는 2만9천7백 주(지분율 49.5%)가 모두 실질 주주 기대석 대표의 것으로 판정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019년 3월 11일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려, 원심을 확정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도 '부도가 난 세아주택의 기대석 대표이사와 공동사업자이자 등기이사 김 씨가 상도 11구역 주택 건설 사업권과 토지를 다시 인수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트개발의 실질 소유주'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2007년 7월 지덕사 터를 매입해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다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부도를 낸 '세아주택'이 '포스트개발'로 이름만 바꿔 사업을 다시 하는 '법인 갈아타기'로 채무를 면탈했고, 산은캐피탈과 우리종합금융, KB증권 등 15개 채권단의 대리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를 조직적으로 비호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2021년 10월 25일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의 소유주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예금보험공사가 연대보증채무자 기대석의 차명보유주식과 김 모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트개발 주식 등에 대해 제기한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세아주택에 돈을 빌려줬다 파산한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저축은행, 진흥저축은행을 대신해 채권 회수에 나선 예금보험공사가 분양가 1조 원 상당의 상도 11구역 아파트 개발 사업의 이익금을 회수하도록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모 회장만 법원에 항고했고, 기대석 대표이사는 세아주택 채권단에 대한 미변제 채무의 강제회피, 즉 채무 면탈을 위해 포스트개발을 설립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소장에서 "세아주택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상환 받지 못한 돈이 대출 원금 1천600억 원의 2배 이상인 3천5백억 원에 달한다. 아파트 분양 매출액이 1조 원 상당에 달하는 상도 11구역 사업을 시행한 토건세력들은 위법, 탈법 행위를 통해 4천억 원의 막대한 부를 형성하기 직전이다. 토건세력들은 '법인 갈아타기'를 통해 채무를 면탈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전형적인 법인 갈아타기 사건으로 '제2의 대장동 사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7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16일 "상도 11구역 매각 계약에 문제가 없다"며, 다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을 동일 법인으로 취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전 대법원의 판결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와이즈피엠씨 측은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의 소유주가 같다는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치는데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지난해 말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3억 원 투자로 4천억 차익"…상도 11구역에 무슨 일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 '지덕사'터는 조선 3대 임금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 '이제'를 모시는 곳으로, 1960년대 이승만 대통령이 '지덕사'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어 전주 이씨 종친회에 귀속한 땅이다. 묘역을 제외한 산지에는 집이 없는 3백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1990년대 이곳에 주택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재단 지도부와 아파트 건설 사업자, 공무원 사이 뇌물수수 등 잡음이 계속됐다.

1992년 양녕대군 탄생 6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주택개발 사업은 사업자가 중앙산업개발을 거쳐 진일레저산업으로 넘어갔다. 1998년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진일레저산업 대표와 종친회장이 구속됐고, 토지는 2005년 6월 대법원 판결로 다시 지덕사로 반환됐다.

이때 지덕사 터의 주택건설 사업에 뛰어든 것이 세아주택 기대석 대표이다. 2007년 7월 세아주택은 지덕사와 토지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사업을 조합방식에서 민영주택사업으로 전환했다. 철거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개발 방식을 바꿨다는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65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 대표와 지덕사 이사장, 재개발추진위원장, 동작구청 직원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2008년 3월 31일 '세아주택'은 당시 금호종금(현재 우리종금)을 대표로 하는 15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천6백억 원의 부동산투자금융(PF)을 받아 지덕사 측에 토지 대금을 완납하고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여파로 채권단이 빌려준 대출 원리금 보증과 책임준공을 맡았던 금호산업이 2009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사업을 추진하던 세아주택은 2010년 1월 부도를 냈다.

세아주택이 자금난에 빠지자 기대석 대표는 고향 선후배 사이인 김 모 씨를 끌어들여 29억9천만 원을 투자받고, 2011년 3월 김 씨를 세아주택의 등기이사로 등재했다. 기 대표는 상도 11구역 주택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김 씨와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요청 등으로 2013년 5월 '동성이앤씨'라는 회사를 공동 인수해 상도 11구역 사업권을 부도를 낸 세아주택에서 동성이앤씨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2013년 11월 13일 새로운 특수목적회사(SPC) 포스트개발을 만들어 세아주택의 채무를 면탈할 수 있도록 설계해 상도 11구역 주택개발사업을 완수하기로 하고, 지분은 50대 50으로 나누기로 공동사업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2013년 12월 4일 상도 11구역 토지에 대한 경매 공고가 나기 하루 전 기 씨와 김 씨는 자본금 3억 원으로 ㈜포스트개발을 설립하고 입찰에 참여했다. 사흘 동안 시행된 토지 경매는 5차례에 걸쳐 유찰되면서 12월 13일 수의계약으로 전환됐고, 포스트개발과 와이즈피엠씨, 중앙산업개발, 브이앤아이 코리아 등 8개 업체가 토지 매각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14일 포스트개발은 상도 11구역 토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3월 13일 1천1백1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1천6백억 원을 빌려줘 세아주택이 매입했다 압류당했던 토지를 1천1백1억 원만 받고 주인이 같은 포스트개발로 다시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2014년 3월 13일 1천1백1억 원에 토지 매입 계약을 체결한 포스트개발은 토지가격의 2%인 20억 원만 1차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5월 11일 약속했던 2차 계약금 90억 원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5월 11일 자로 매매계약은 해제된 것이지만 채권단은 계약금 20억 원을 몰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8월 10일 포스트개발은 잔금 990억 원도 내지 않았지만, 채권단은 9월 25일 계약해제를 유예하고 지연 이자도 연 11%에서 6%로 깎아줬다. 그리고 4년 9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4일 잔금을 치르면서도 이후 발생한 이자 256억 원마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사업 추진과정에서 기 씨와 김 씨의 이권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됐고, 토지 매각 입찰과 수의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이 동원됐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매각 주관사였던 우리자산신탁(국제자산신탁에서 명칭 변경)이 채권단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해지해야 할 매매계약을 임의로 연장했고, 채권단이 6차례 진행하기로 했던 입찰을 5차례만 진행해 유찰을 유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쟁자의 입찰 참여 가격을 세아주택에 알려줬다는 폭로다. 집행부가 바뀐 지덕사 측에서는 토지가 불법 매각됐다며 '소유권이전' 소송도 제기했다.

각종 소송과 폭로 속에서도 동작구청은 포스트개발에 최종 사업 허가를 내줬고, 포스트개발은 2019년 7월 4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천3백억 원을 대출(브릿지론) 받아 토지대 잔금 990억 원과 잔금지연에 따른 지연손해금으로 60일간의 이자 17억 원만 납부했다. 원래 잔금 지연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납부하기로 했던 2014년10월 이후 2019년 7월 잔금 납부일 까지 4년9개월치 이자 256억 원은 또 납부를 유예 받았다. 부도를 낸 세아주택이 갚아야 할 대출원리금 3천5백억 이외에 또 지연손해금 256억 원을 탕감해주는 것으로 업무상 배임혐의라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2019년 10월 17일 삼성증권 등은 자본금 단돈 1천 원에 '상도개발투자유한회사'를 만들고 2천4백80억 원의 프로젝트 금융을 지원했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2021년 2월 16일 아파트 공사가 시작됐다. 자본금 1천 원짜리 상도개발투자유한회사의 주주가 누구로 구성됐는지, 프로젝트금융에 누가 참여 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아파트 건설로 예상되는 4천억 원의 이익을 누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약 내용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페이퍼컴패니인 상도개발투자유한회사와 삼성증권, 대우건설, 포스트개발은 사업 약정을 1부만 작성해 삼성증권에 보관하고 있다. 상장회사인 삼성증권과 대우건설은 투자자에게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어 공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 지적 산은캐피탈 감사는 해임…대출 회수에 손 놓은 채권단


2019년 12월 10일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주주총회를 열고, 박전규 감사위원을 해임하고 김정학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지분 99%를 보유한 자회사 산은캐피탈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은캐피탈 감사위원 3명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감사위원회 운영 규정을 개정하고, 박전규 감사는 해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전규 감사는 "상도 11구역 주택건설사업에 15개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대출을 해주고, 채권단의 간사를 맡고 있는 산은캐피탈이 채권회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한 데 따른 보복 차원의 인사였다."고 반발했다. 2018년 5월 취임한 박 감사의 임기는 2021년 5월까지로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 놓고 있었던 시점으로, 이동걸 회장은 산은캐피탈 사외이사를 통해 임기까지의 금전적 보상 등을 제시하며 자진사퇴할 것을 회유했지만 박 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상근감사위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회장, 산은캐피탈 사장, 우리종합금융 사장, KB증권 사장 등 금융기관 임직원의 위법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와 함께 포스트개발로 귀속될 부당한 이익이 채권 금융기관으로 회수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박전규 감사의 해임 건의를 요구하는 산은캐피탈 사내 연판장


박전규 산은캐피탈 상근감사위원은 2019년 초 상도 11구역 대출 회수와 관련 경영진의 배임 관련 제보를 받고 3개월 동안 감사를 벌인 뒤 6월25일 감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산은캐피탈 경영진은 6월 28일 승급 대상자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한 산은캐피탈 검사실상에 대해 승진 보류라는 징계 성격의 인사발령을 하고, 7월 31일 사내 본부장과 실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박 감사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려 서명을 받기도 했다."며 당시 연판장을 공개했다. 또 산업은행은 박 감사가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던 2019년 4월 17일부터 26일까지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에 대한 경영현황 점검에 나서 감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감사위원은 또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경영진이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이 사실상 동일 회사로 주주도 같은 기대석과 김 모 씨(세아주택 등기이사)임을 확인하고도 포스트 개발 주식에 대한 채권 보전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신탁사의 인허가 조치에 대해 채권단의 승인 절차가 누락됐음을 확인하고도 관련 징계를 하지 않고 채권회수 조치가 정당하다는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월 17일 산은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상근 감사위원의 교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10월 21일 산은캐피탈은 박 감사가 휴가를 간 사이 감사위원회를 개최를 요청하고, 23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상근감사위원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변경하는 제도 변경과 함께 상근감사위원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특별감사보고서' 폐기를 결의한 산은캐피탈 7차 감사위원회 회의록


산은캐피탈은 12월 30일 '특별감사보고서'에 대한 7차 감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덕사 터의 공매입찰과정에서 국제자산신탁의 업무가 일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 발견됐다. 채권 규모 300억 원의 최대 채권자로서 좀 더 적극적인 사후 관리 태도가 아쉬웠던 점이 발견됐다. (하지만) 회사에 손실, 업무상 중과실, 해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기 부실채권을 조기 회수한 점이 인정된다. 특별감사보고서는 내용상 흠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의했다.

산업은행이 상법과 정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한 상근감사위원이 전자 결제한 자회사의 감사보고서를 사후에 폐기한 셈이다. 산은캐피탈 측은 감사보고서 폐기를 결정한 7차 감사위원회 개최 한 달 전인 11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제출 요구에 대해 "특별감사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허위 답변을 하기도 했다.

박전규 전 감사는 "2019년 6월 상도 11구역의 채권 회수와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한 이후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본인과 당시 산은캐피탈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이었던 이 회장의 미국 예일대학교 후배 김 모 씨가 회유를 시도했지만 거부했다. 12월 10일 주총에서 해임이 결의된 후 서고 앞에 책상 하나를 주고 사실상 감금했고, 관련 컴퓨터 파일을 모두 삭제하는 한편 특별감사 관련 문서는 금고에 넣고 임직원에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사정기관, 감독기관은 보고도 못본 척…검은 커넥션 있나?


박전규 감사는 2019년 6월 산은캐피탈 경영진의 배임 제보와 관련 특별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바로 금융감독원에 감사 결과를 보고하고, 산은캐피탈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2020년 8월에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반부패비서관, 그리고 감사원 등에도 산은캐피탈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요청했다. 2020년 9월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공익 제보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 대한 감찰과 산은캐피탈에 대한 감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도 11구역 아파트 건설공사로 4천억 원 정도의 차익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 사업에 초기 1천6백억 원의 대출을 한 15개 금융기관들도 별다른 채권 회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만이 상도 11구역 주택건설사업에 프로젝트 금융을 제공했다가 파산한 솔로몬과 경기저축은행, 진흥저축은행을 대신해 포스트개발의 주식에 대하 압류를 해놓은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채권 회수를 위한 본안 소송은 하지 않고 있다.

상도 11구역의 초기 채권단 간사였던 금호종합금융은 우리종합금융으로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됐고, 연대보증을 서고 책임 시공을 맡았던 금호건설은 대우건설에 편입됐다. 우리금융그룹의 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 최근 중흥 건설에 매각이 결정된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회사이다.

박전규 감사는 "상도 11구역의 입찰 비리와 채권단의 배임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물론 정치권과 현직 장관의 강한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면서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캐피탈 및 우리종합금융, KB증권 등이 섣불리 채권 회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전규 산은캐피탈 전 상임감사위원은 국민 혈세로 설립된 산업은행 및 산은캐피탈은 건설업자의 부당한 수익에 대해 신속히 채권 보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캐피탈과 산업은행이 속한 KD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거대 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초대형 기관이 돼 사실상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의 지배 구조를 갖게 됐다. 박전규 전 감사위원은 벌써 만 3년 동안 이렇게 거대한 공룡이 된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고쳐야 한다며 홀로 싸우고 있다.

우리의 후각은 예민하지만 금세 냄새에 익숙해진다. 아무리 좋은 향기라도, 아무리 독한 악취라도 금세 익숙해져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독한 향기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죽게 된다. 공익제보자로서 3년 이상 홀로 거대 금융그룹과 싸우고 있지만,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박전규 전 산은캐피탈 감사위원을 보면서 우리가 잘못된 향기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라도 그 '라이언 일병'을 구할 숨구멍, 사회적 양심이 솟아나길 기대해 본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우리 모두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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