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영풍제지 시세조종 사건 개요
영풍제지는 회사명 그대로 제지 생산 기업으로 낯설지 않은 익숙한 오래된 상장기업으로 22년 10월 당시만 해도 주가는 2,000∼3,000원대에 머물었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며 23년 8월경에는 50,600원까지 상승하였다. 즉,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15~20배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과연 영풍제지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장에서도 많은 궁금증고 의혹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영풍제지라는 회사의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상징적인 큰폭의 수익률을 일컫는 “텐배거”를 넘어서는 15~20배 주가가 폭등한 이유에 대해서 누구도 납득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02 드러난 주가조작 배후세력과 주가 폭락
하늘 높은 줄 모르며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주가가 1600% 가까이 폭등한 영풍제지 주식은 23년 10월18일 하한가를 기록한다. 그 이유는 전날인 23.11.17. 영풍제지 주가조작’ 과정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조직원 3명과 지명수배 중인 주가조작 주범 A씨의 도피를 도운 운전기사 정모씨등 일당 4명이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즉, 영풍제지의 주가는 주가조작에 따라 폭등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거론된 A씨는 검거되지 않아 구속된 4명에 포함되지는 않았고, 주범인 A씨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운 법무법인 소속 직원 2명에 대한 구속 영장은 기각되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을 한 일당은 100개가 넘는 계좌를 동원해 11개월 동안에 걸쳐 장기간 영풍제지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3만8000여차례에 걸쳐 영풍제지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이들의 부당이득금은 2789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03 영풍제지 사건의 주범과 공범은 누구?
최근 영풍제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온 A씨라는 인물이 해외도피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검거되어 구속되었다. 당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영풍제지 사건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은 ㅇㅈㅎ으로 보인다. (기사 참조).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은 사채업자라고 보도되었는데 단순히 주자조작 일당에 자금을 지원한 수준이 아니라 영풍제지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주가 조작을 주도하고 이득을 취한 것으로 A씨가 해당 사건의 주범이라고 검찰을 밝혔다.
그런데 아직 여러가지 의혹들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일단 지난해 구속된 4명 및 추가로 검거된 1명 외에 영풍제지의 실소유주(최대주주)인 대양금속 및 그 일가 또한 주가조작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혹이다. 일단 영풍제지의 지배구조를 설명하자면, 영풍제지의 최대주주는 대양금속, 그리고 대양금속의 최대주주는 대양홀딩스컴퍼니(이하 대양홀딩스)다.
대양홀딩스는 2019년 ‘블랙홀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는데, 2020년 대양금속을 인수하면서 대양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대양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둔 대양금속은 2년이 지난 22년 6월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주식회사로부터 영풍제지 주식을 매수하여 그해 10월 영풍제지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지분 약 50%을 1300억원에 사들였는데, 이 중 차입금이 861억원이었는데, 정확히 따지고보면 실제 대양금속이 쓴 돈은 60억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무자본 M&A인 것이다.
모든 무자본 M&A가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수자가 상장사를 빚을 내서 사들인 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사라는 점을 이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시세차익을 얻거나 거액의 자금 조달에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대양금속도 다르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계속적인 의혹을 낳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인수한 직후부터 23년 3월까지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 에스제이투자조합, 다온투자조합 등 다수의 투자조합에 영풍제지 주식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팔았다. 그리고 해당 투자조합들이 영풍제지의 주식을 사간 후 23년 4월 초 영풍제지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통상 대규모 무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해 주가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풍제지는 무상증자 전후로 주가가 하락하다 이내 회복됐다. 무상증자 전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조합들로써는 단기간에 보유 주식 가치가 2.5배 넘게 뛴 것이고, 영풍제지 주식을 매수해간 투자조합들도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되었다.
04 최근 장기간 시세 조종 사건들
영풍제지 사건은 지난해 23년 4월 말 발생한 ‘라덕연 사태’ 당시의 시세조종 수법과 비교되는데, 두 사건 모두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주식의 주가 시세조종을 했다는 점은 유사하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라덕연 사태 이전에는 장기간의 시세조종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라고 밝혔는데, 통상의 주가조작 또는 시세조종의 형태는 단기간에 주가를 띄워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인데,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사태는 사실상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주가를 지속적으로 띄우는 형태로 그간의 시세조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사건의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가령, 라덕연 일당은 투자주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차액결제거래(CFD)의 익명성을 악용했던 반면, 영풍제지 주가조작은 차액결제거래가 아닌 일반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점은 분명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05 키움증권의 리스크관리 문제
키움증권은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사건에서도 크게 질타를 받았다. 대부분의 증권사 들은 올해 들어 이상 급등한 영풍제지의 증거금 비율을 100%로 높여 레버리지 투자의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키움증권만은 거래정지 전까지 증거금 40%만 내면 투자가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사용된 계좌 대다수가 증거금 비율을 낮게 유지해온 키움증권에 개설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의도적으로 증거금을 높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그리고 그러한 리스크 관리 소홀의 대가는 결국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고객 위탁계좌에서 약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고, 영풍제지가 거래재개된 이후 7거래일 만에 하한가에서 탈출하면서 회수한 금액은 불과 610억원으로, 나머지 4,000억원대의 손실을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69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년 동안 벌어들인 돈에 육박하는 금액이 1개 종목의 미수금으로 발생한 것이다. 결국,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4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이 자진 사임하게되는 결과까지 초래되었다. 영풍제지 사건의 풍파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참고 자료]
https://www.drcr.co.kr/articles/466
https://m.ekn.kr/view.php?key=20231129010008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