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작성한다. 그동안 업무 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의지'를 마련할 수 없었다. 일단 핑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과정에서 쟁점 <원리금보장형 상품 포함 여부>
퇴직연금은 내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퇴직연금 시장이 더욱 커지고, 퇴직연금 운용이 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 및 예상을 할수 있기 때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퇴직연금 관련 이슈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공부가 될 것이다.
1.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을 위한 근퇴법 개정 논의
일단 퇴직연금과 관련하여 최근 가장 큰 이슈였던 것은 '디폴트옵션' 도입이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되어 6개월 경과 시점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올해 22.6월경 시행 될 것으로 보인다.
1-1. 디폴트 옵션 도입 배경
디폴트 옵션은 DC형 및 IRP 계좌의 수익률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하는 제도다. DB형과 달리 DC형 또는 IRP 계좌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현재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DB형과 큰 차이 없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예금 또는 적금 등)으로 운용하여 수익이 매우 저조하다. 관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DC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64% 수준이라고 한다. 이건 뭐 그냥 예금 이자 수준이라고 봐야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 때문에 사전지정운용제, 즉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하여 최소한의 수익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여 지금보다 더 높은 퇴직금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폴트 옵션" 관련 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 21.12.9.)를 참조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사실 오늘 디폴트 옵션의 내용에 대해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잘 모르기도 하고..) 사실 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내용은 지난해 12월 퇴직연금법이 개정되기 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1-2. 디폴트 옵션 도입을 놓고 업권간 첨예한 대립
지난해 "디폴트 옵션" 관련 어떤 문제가 있었나? 쉽게 말해 업권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서로 힘겨루기를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퇴직연금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게 DB형 가입자라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DC형의 경우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다시말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은행, 보험 등 업권에서 판매하는 예적금 및 보험상품 등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 쟁점 :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 포함 여부
반대로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줄어들게 되고 수익률이 높으며 동시에 손실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디폴트 옵션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손실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결국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디폴트 옵션의 논의는 은행 및 보험 권역(예금 상품 및 저축성 보험 상품)과 증권 권역(금융투자상품)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로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퇴직연금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어 어느 측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상황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 은행 보험 권역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비중을 높일 수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반대로 은행 보험 권역의 비중은 그만큼 줄어 들게 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근퇴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이 있었다. 은행 보험 업권의 편에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섰고, 대표적으로 윤창현 의원이 디폴트 옵션 도입과 관련하여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사실상 은행 및 보험업권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원리금 보장이라는 선택지를 주고 가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의원 :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원리금 보장이라는 선택지를 주고 소비자가 원하는 안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2-1. 은행 및 보험 : 원리금 보장상품 포함
윤창현 의원의 주장도 마냥 근거없지는 않다.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노후보자을 위한 수단이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금보장이며, 시장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수익이 적더라도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윤창현 의원 "근로자가 퇴직 연금 주체성 가져야..업권 이익 위주 접근은 문제", 21.5월)
2-2. 증권업계 : 원리금 보장상품 미포함
하지만 반대측인 증권업계, 그리고 증권업계의 편에선 당시의 여당인 민주당측의 김병욱 의원 등의 주장은 다르다. 증권업계는 "디폴트옵션"의 취지 자체가 가입자들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련하는 것인데 "디폴트옵션"을 구성하는 상품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들어가게 되면 DC형 및 IRP 상품 가입자의 다수가 예적금으로 퇴직금을 운영하는 현재의 문제적 상황을 개선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은행 및 보험업권의 주장에 반대한다. 디폴트 옵션 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때 근퇴법을 소관하는 고용노동부의 입장도 사실상 증권업계의 관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2-3. 은행 및 보험은 국민의힘, 증권업계는 민주당과 연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은행 및 보험업계 vs 증권업계"간의 대립이 "국민의힘 vs 민주당"의 대립구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윤창현 의원이, 민주당은 김병욱 의원이 앞장서서 각자의 주장을 이어가며 대립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근퇴법 개정은 더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근퇴법 개정이 지체되면서 결국 몸이 단것은 증권업계였다. 하루 빨리 근퇴법이 개정이 되어야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시장 확대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3. 증권업계의 양보(원리금보장 상품 포함)로 근퇴법 개정안 논의 급물살
그리고 지난 21.7월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투협회장(나재철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중요한 언급을 한다. 일단 은행 및 보험업권, 그리고 국민의힘 에서 주장하는 원리금보장상품 포함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한발 물러선 입장을 제시하였다. 금투협회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일단 디폴트옵션의 도입이 중요하니, 윤창현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으니 빨리 처리하자라는 것이었다. 다만, 증권업계의 정확한 입장은 "디폴트 옵션"의 당초 취지인 수익률 제고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원리금 보장상품 도입을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 원리금보장 포함 디폴트옵션…"도입이 중요" vs "실익 없어", 21.7월)
나재철 금투협회장 : 수익률 제고 취지내에서 원리금상품 포함돼야
3-1. 21.12월 드디어 근퇴법 개정안 국회 통과
어쨌든 이러한 증권업계의 양보를 통해서 이후 퇴직연금법 개정이 이루어져 해를 넘기지 않고 12월에야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법개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간 대립해온 양측이 나름의 합의점을 찾으면서 결과물로 근퇴법 개정을 이루고 "디폴트 옵션"제도가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내용은 법무법인 지평의 자료를 참고(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 22.1월)
3-2. 디폴트 옵션내 원리금 보장상품 한도 설정 계획
디폴트 옵션 도입을 최종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야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논란이 되었던 "원리금 보장 상품"의 경우는 단독 상품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이는 디폴트 옵션을 구성할때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을 100%로 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를 통해 "디폴트 옵션" 도입 취지인 "수익률"제고 목표를 당성하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향후 근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시 퇴직연금 사업자가 우너리금 보장 상품을 단독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사전심의위원회를 통해 권고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여야간 합의이면서 은행 보험업계와 증권업계간의 합의내용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단독]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 단독 선택 못 한다, 21.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