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회계기준원이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기존의 입장인 '무형자산'이 아니라 '금융자산'에 더 가깝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몇가지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다.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은 결국 가상자산의 본질적 개념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변화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해석을 사실상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내 회계기준 체계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이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내용이다.
두나무,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회계장부에서 무형자산으로 처리되는 가운데, 한국회계기준원이 국제 회의에서 지금 같은 회계처리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회계기준원은 투자나 거래 목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경우 금융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기준을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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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은 이미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이슈를 만들어 왔고, 이제는 사실상 제도권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ETF가 증시에 상장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美 비트코인 ETF 데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가상자산은 그 거래 위험성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그간 매우 보수적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에 대한 입장을 가져왔는데, 최근 당국의 모습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상황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상자산 법제화 움직임 가운데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을 위한 규제의 기본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기본적인 골자는 사실상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아 투자자보호릉 위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의제적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를 위한 규제의 기본 방향(자본시장연구원)
[요약] 가상자산 거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을 토대로 이루어지지만, 실제 매매처리 속도 등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거래가 중앙화된 거래플랫폼(소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상자산시장은 구조와 운영에 있어 증권시장과의 유사성을 보이며, 이러한 유사성은 대규모ㆍ비대면 자산거래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 불공정거래, 대리인비용 등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증권시장 규제체제는 공시규제, 불공정거래규제, 금융투자업자규제를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응방안은 가상자산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증권시장의 규제 원칙을 가상자산시장에 적용할 때, 디지털화, 분산원장, 국제화된 시장분할이라는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본 연구는 증권시장 규제 원칙 중 블록체인산업 원칙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가상자산업법 제정 방향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제시한다. 첫째 발행인과 거래자 측면에서, 중요 투자정보에 대한 의무공시제도의 도입이다. 둘째 시장참여자와 거래자 측면에서, 자본시장에 준하는 가상자산시장에 특화된 불공정거래금지 규정의 정비이다. 셋째 가상자산거래업자와 거래자 측면에서, 매매거래의 규정화 및 청산ㆍ결제기능의 독립성 보장이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보관업자와 거래자 측면에서, 수탁자산보호의무의 규정화 및 위탁고객의 법적 지위 보장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가상자산시장의 정보비대칭 문제가 해결되고, 가상자산보유자 위탁자산의 재산권이 안정적으로 보호되며, 시장의 사기적 행태가 줄어 가상자산시장이 신뢰성을 바탕으로 국내 블록체인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위원회도 최근 가상자산 법제화 등에 대한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이전에는 매우 유보적인,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가상자산업법 기본방향' 등을 발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앞으로 방향에 대해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 금융위, 코인 시세조종 땐 형사처벌 검토)
하지만 가상자산 등 시장의 변화의 흐름에 당국의 입장조차 때로는 혼선이 발생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논란도 여전히 많다. 가장 최근에는 가장 핫이슈인 NFT에 대한 규제 방안을 놓고 당초에는 NFT를 가상자산으로 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가(관련 기사 : 금융위 "NFT는 가상자산 아니다"… 내년 과세대상서 제외될 듯) 2주도 되지 않아 NFT도 가상자산으로 과세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혼란을 만들었다. (관련 기사 : 금융위 "NFT도 특금법 포함…내년부터 과세 대상")
가상자산 세금 관련 이슈는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될 사안이다. 결론적으로 과세를 한다는 방침 자체를 뒤집기는 어랴워 보이지만 세부적인 사안, 가령 취득가액 계산 등에 대해서는 반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인데, NFT에 대해서도 그 개념 및 분류 등도 명확히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세 이슈부터 들고 나왔기 때문에 시장의 저항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오랜 시간을 거쳐나가면서 가상자산의 인식의 변화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했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더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이 뒤늦은 감도 없지는 않지만 가상자산을 법제화하여 제도권으로 편입할 수 밖에 없다는 방향은 이제는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관련 산업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