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커피, 제2의 스타벅스를 욕망한 중국 기업의 비참한 말로

 

중국산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각광받은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


중국기업인 루이싱커피는 20대부터 4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국민 커피’ 브랜드로 자리했다. 지난 2017년 10월 문을 연 루이싱커피는 사무실로 직접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 스타벅스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 공격적인 무료 쿠폰 마케팅을 앞세워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잠재성이 무한한 중국의 커피시장을 스타벅스 보다 높은 지배력으로 선점하는 루이싱 커피에 많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루이싱 커피는 설립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세계적인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 같은 글로벌 큰손들로부터 끌어모은 투자금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바탕으로 창업 1년 만에 매장을 1600곳 열었고, 현재는 매장 수가 2300곳을 넘었다. 중국에 37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처음에 매장 1000곳을 여는 데 14년이 걸렸던 점을 생각하면 압도적인 속도였다. 루이싱커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첸즈야(錢治亞)는 나스닥 상장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스타벅스 대항마' 中 루이싱 커피의 무너진 신화…“출혈 마케팅의 최후"

 

공매도 사냥꾼,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루이싱커피의 분식회계를 최초로 주장한 곳은 머디워터스라는 미국 리서치회사였다. 이 미국 리서치 회사는 미국에 상장된 부실기업을 찾아내고 공매도를 통해 큰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 주요 매장 약 980개, 매니저와 아르바이트생 약 1500명, 매장의 CCTV와 매니저 단체 채팅방, 영수증 번호 등을 치밀하게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루이싱커피가 사업실적 발표한 매장당 하루 커피 판매량이 과대 포장됐다는 결과를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디 워터스가 루이싱 커피의 분식회계를 확신한 근거는 매우 다양하다. CCTV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커피의 수량을 체크하고, 온·오프라인 주문 번호를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주문번호가 차례대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번호가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예를들어 271, 272, 273번 순서대로 주문번호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271, 274, 278 등으로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하루 판매 수량을 과도하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것이 머디 워터스가 내린 결론입니다. 

참고로, 머디워터스는 루이싱 커피에 대한 분식회계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 이외에도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대상 기업 중 하나는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 TAL Education Group)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오웨이라이도 주식시정에서 엄청난 공매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거짓으로 쌓아 올린 실적이 드러나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루이싱 커피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젠(劉劍)과 일부 직원들은 없었던 거래를 있었던 것처럼 속여 매출을 지속적으로 과대인식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루이싱커피의 추락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국 인터넷업계의 두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샤오치엔’(燒錢)이라는 말입니다. 풀이하자면, 현금을 태운다(burn cash)는 의미인데 중국에서 스타트업 초기에 시장을 형성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을 뜻한다. 샤오치엔(burn cash)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쿠팡을 들 수 있습니다. 쿠팡은 초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로켓배송 배송비를 싸게 유지하는 등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데 2018년과 2019년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조1279억원과 7205억원에 달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매장의 거짓 흑자를 숨기기 위한 광고비를 과대 인식하는 방법도 사용했습니다. 루이싱커피는 2019년 3, 4분기 시점부터 각 매장이 흑자로 전환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후 루이싱의 주가는 큰폭으로 상승합니다. 중요한 점은 루이싱 커피의 이러한 거짓을 감추기 위한 주장들이 서로 모순되며 자가당착에 빠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루이싱 커피는 2019년 하반기 이후 매장별로 흑자를 달성하였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지 않으려면 본사에서 영업점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게 되며 이는 결국 비용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거짓으로 작성된 매장별 재무제표의 이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제 매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비용을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이전해야했는데 이를 광고비 항목으로 인식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본점에서 광고비를 인식하고 동 금액을 특정 영업점의 수익으로 인식해서 영업점이 수익이 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분식회계 의혹 中 기업, 루이싱커피와 알리바바의 차이점

 

한순간에 사라진 거품


루이싱커피는 "내부 조사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중 약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공개한 2019 회계연도 1∼3분기 매출액 29억2900억위안에 4분기 추정 매출 21~22억위안을 더하면 대략 40억 위안수준인데, 결국 이중 절반 정도가 허위 매출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전날 27.19달러로 마감했던 루이싱커피 주가는 이날 장중 80% 넘게 하락하다가 결국 75.57% 떨어진 6.4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5월 상장 이후 승승장구하며 올해 1월 기준 50달러를 넘나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점에서 88%가 고꾸라진 셈입니다. 하룻밤 사이 증발해버린 시가총액만 49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에 달하는데 투자자들에게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기업 과연 믿을 수 있나?


루이싱 커피는 미국에 상장되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루이싱 커피에 투자한 투자자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까지 투자의 위험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여러 중국 기업들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존재 했습니다. 루이싱 커피 이외에도 중국의 유명 기업인 알리바바 조차 이러한 분식 회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에서 그동안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비단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중국기업이 상장되었고 루이싱 커피와 유사한 회계분식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기업 "고섬"이 코스피에 상장된 지 두 달 만에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나 거래가 정지되고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차이나 리스크’가 상당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중국기업 "완리" 또한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으며 상장폐지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섬이나 완리의 경우처럼,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의 60%는 분식회계, 허위공시와 같은 불공정 거래로 투자자를 우롱하다가 퇴출되었고 중국 기업 퇴출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통계를 보면 중국기업에 대하여 과연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생길 정도입니다.  

 

"차이나 리스크" 중국기업 상장폐지로 2700억 피해

 

 

미국의 경우에는 최근 미국의 회계 감사 규정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기존 상장 업체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장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정치외교관계가 불안한 가운데 추가적인 양국간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 상원에서 발의한 '외국기업책임법안'(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은 외국 기업이 미국 '공개회사 회계감시 위원회'(PCAOB)의 감사 규정을 3년 연속 준수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주식도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상장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PCAOB에 의한 감사상황 점검을 3년 연속 거부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현재 상장되어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적용될 수 있어 상당한 압박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 법안은 아울러 상장 기업에 자사를 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거나 통제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매우 불투명 합니다. 왜냐하면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수 중국기업의 지분을 중국 정부에서 소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법안에 대해 자신들의 주권이 침해당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 감사법인이 보유한 자국 기업의 재무제표에 포함된 공산당 관련 내용이 미국 측의 검증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미 상원, 감사규정 준수 않는 중국 기업 상장폐지·금지 법안 통과

 

 

 공매도 세력을 바라보는 시선의 재정립


금융경제위기 발생시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으레 정부에서 내 놓는 대책중에 하나가 공매도 제한 조치입니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사실 완전 허용이라기 보다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보는 거이 맞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국내 증시가 큰폭으로 하락하여 코스피는 1500까지 후퇴하였는데 이 시점에 되면서 정부에서 공매도 제한 조치에 대한 언급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고 실제로 공매도 제한조치가 실행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찬반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어 우리 금융당국도 그 가운데서 절충안으로서 공매도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이싱 커피와 같은 회계분식을 밝히는데 있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그런 부정을 밝히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사실상 공매도 제도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머디 워터스는 사실 공익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공매도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의 분식회계 등의 부정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밝혀내는 것입니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 결과는 공공의 이익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매도 자체가 악의적으로 사용되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그 순기능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그 필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매도 금지 연장" VS "재개 필요"…금융당국, 8월 공청회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