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4월 22일 정경심 교수의 10차 공판이 있었다.
15명의 기자들이 이날 공판 취재를 와서 오전 검찰 측 심문이 끝나고 대부분 돌아갔다고 한다.
애초에 그들은 검찰의 주장만을 기사로 낼 작정이었고 때문에 변호인의 심문을 통해 밝혀질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 가능한 행동이다.
2.
오후까지 남아 있던 기자는 4명 뿐 이라고 하던데 누가 남았을지도 대강 예상이 된다. 아주경제신문, 민중의 소리 등이 남아서 끝까지 취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리어 진보 유투버들은 꼼꼼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공판 과정을 방청하고 그것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대단히 고맙다.
이 글은 ‘고양이 뉴스’라는 유투버의 방송을 보고 작성하는 글이다.
3.
이날 공판의 주요 쟁점은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는 조민의 공주대 허위 인턴, 논문초록의 허위등재 관련한 이슈였다.
웃기는 것은 오후 공판이 끝나지 않고 진행중인데 이미 기사는 쏟아졌다는 것이다. 오전에 검찰 측 심문만 방청하고 돌아간 기자들이 썼을 것이라 추측된다.
기사의 제목은 ‘조민 논문 기여 안해’라는 식의 헤드라인이었다. 물론 틀리지 않는 이야기다. 공주대 논문에는 조민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당연히 기여 하지도 않았다.
4.
조민의 이름이 등재된 것은 '논문초록'이다.
기자들이 '논문초록'과 '정식논문'이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쓴 것인지 혹은 대중들에게 그렇게 '혹세무민'하기 위해 쓴 것인지 그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둘 다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전자라면 기자가 무식한 것이고 후자라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쓴 것이니 기자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다.
5.
논문초록은 'Paper abstract' 인데 논문의 필요한 내용을 뽑아 쓴 요약본으로 논문 전체를 읽어볼지 고려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정식 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은 다 넣어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이 문제의 공주대 논문초록에는 심지어 연구샘플을 구해다 준 어민들의 이름도 올라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설령 검사들의 주장대로 실험실 재료의 배양, 생장일기기록 등을 ‘허드렛일’이라고 해도 논문초록에 조민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일들이 '허드렛일'이라는 주장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6.
이날 뒤집힌 검찰 공소장의 핵심내용은 정경심, 조민, 공주대 교수는 언제 만나서 무엇을 부탁했고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다.
검찰은 2008년도에 만났다고 적시했고,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장의 꽤 중요한 근거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는 정경심 교수가 2008년도에 조민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 보내고 싶어서 일단 2008년 논문초록에 이름을 올리고 난 후 뒤늦게 조민이 실험실에서 인턴을 했으니 '허위'라는 것이 검찰공소장의 핵심주장이다.
7.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오전에 해당논문의 제1저자인 공주대 대학원생을 출석시켜 “조민은 논문초록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공주대 교수를 불러 '2008년도에 처음 만났다'는 증언을 하게 했다.
이때 검찰이 내놓은 증거로는 12년전의 메모와 이메일인데 해당교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라도 12년전에 처음 만났는지 13년전에 처음 만났는지 물어보면 가물가물 할 것이다.
8.
검찰의 이 논리들은 변호인단에 의해 모두 뒤집혔다.
우선 논문초록은 상기에 설명한대로 실험재료를 가져다 준 어민들도 이름을 올려주었으니 조민이 올라갈 자격은 충분했다.
그리고 그 초록을 작성한 사람은 오후에 출석한 교수였다. 공소장에는 오전에 증언한 대학원생인 제1저자가 썼다고 나와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조민이 논문초록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증언한 대학원생은 자신이 쓰지도 않은 초록에 대한 증언을 한 셈이다. 즉 기여도에 대한 판단을 할 자격이 없는 이가 법정에서 증언을 한 것이다.
9.
공소장에는 정경심이 공주대 교수에게 "2008년 국제학회에 조민을 참석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나와 있지만 해당 교수는 “그런 적 없다”고 간단하게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어서 변호인단의 반대심문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제출 되었는데 2004년에 이미 정경심과 공주대 교수가 처음 서로 이메일로 연락을 시작했다는 내용들이 나온 것이다.
그 이메일에는 2007년에 이미 조민은 해당 교수와 금강에 가서 "녹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검찰 공소 사실의 중요한 근거인 날짜가 뒤집어진 것이다.
10.
검찰의 공소장에는 “2008년 조민과 공주대 교수는 처음 만나 (정경심 청탁에 의해) 논문초록에 이름부터 올리고 국제학회에 보내기 위해 뒤늦게 실험실 인턴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사실은 2007년도에 이미 그들은 만났고 논문초록을 쓰기 전부터 조민은 사실상 연구체험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즉 검찰 공소장이 '완전구라'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11.
도리어 조민은 구피, 선인장, 장미 등을 키우며 매달 이메일로 식물 생장일기와 영문판 책들의 독후감까지 꼬박꼬박 보냈다는 내용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민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히 성실했던 학생이었다. '아빠찬스'를 썼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도 그것을 그냥 주워 먹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2.
자신들의 공소장의 주장이 깨져 버리자 검찰은 이때부터 막 나가기 시작했다.
증인을 향해 윽박을 지르다가 판사에게 주의를 받기도 하고 “실험실에서 허드렛일을 했다고 (자신들의 검찰 조사에서) 증언했다면 인턴확인서에는 허드렛일을 했다고 적어야 맞는데 그렇게 적지 않았으니 허위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이다.
솔직히 이 대목은 좀 많이 웃겼다. 회사에서 채용한 인턴이 자료조사나 문서작업을 했다고 인턴확인서를 써 주지 ‘허드렛일을 했다’고 써 주지는 않는다.
사회생활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검사들이라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것인지…이거야 원...
13.
결론적으로 이 재판은 진행이 될수록 검찰의 공소장이 얼마나 억지와 거짓으로 점철된 것인지 그리고 조민은 얼마나 '성실한 학생'이었는지를 재확인하게 된다.
반면 검찰의 공소장은 '지록위마'의 고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정작 진실을 밝혀내야 할 언론은 검찰의 거짓을 돕고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그저 안타깝고 한심하다.
14.
진실을 찾고자 시간을 내서 공판참석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둘이 아닌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굳건하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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