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공포지수·로볼·리버스 등‘저승사자’에 뭉칫돈
믿었던 미국 증시마저 흔들리자 글로벌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변동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증시가 ‘V’자 급반등을 그릴 가능성은 높지 않기에 하락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변동성 금융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지난 10월 11일 코스피는 미국 증시 급락 여파 등으로 98.94포인트(4.44%) 곤두박질쳐 2129.67까지 밀렸다.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해 4월 12일(2128.91)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수 낙폭은 7년여 만에 최대치였다. 이후 코스피는 소폭 반등세를 이어가 지난 10월 16일 종가 기준 2145.12를 기록했다.
일시적인 쇼크는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완전히 걷힌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황이며 글로벌 증시를 떠받쳤던 미국 기술주에 대한 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투자 전략도 새판을 짜야 한다. 공포 장세에서는 피하는 것이 상책일 법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상품을 골라 적극 대응하면 수익 방어율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다.
변동성지수(VIX)를 기초자산으로 한 ‘VIX ETF’
대표적인 상품은 변동성지수(VIX)를 기초자산으로 한 ‘VIX ETF’다. VIX는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반영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두려움의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 상장된 VIX ETF는 말 그대로 ‘시장이 공포에 떨수록 수익이 나는’ 펀드다. 이미 발 빠르게 VIX ETF를 매수해 ‘공포’를 헤지한 투자자도 적잖다.
지수가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ETF도 이럴 때 요긴하다. 대표적인 것이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다. 인버스 ETF는 투자 대상 지수가 1% 내리면 수익률이 1% 오르는 구조다. 코덱스200인버스2X ETF는 지난 9월 27일 6460원에서 10월 12일 7745원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였다. 수익률은 20%에 육박했다. 이 상품은 1% 내릴 때 수익률이 2% 오르는 구조다.
지난 10월 11일 코스피지수가 4% 넘게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됐다.
이 밖에 ‘KB STAR 200선물인버스2X’ ‘ARIRANG 200선물인버스2X’ ‘TIGER 200선물인버스2X’도 같은 기간 18% 안팎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지수 하락 베팅 펀드인 리버스 펀드도 수익률이 쏠쏠하다. 지난 10월 16일 기준 ‘NH-Amundi코리아2배인버스레버리지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64%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기간 ‘KB코리아인버스2배레버리지펀드’는 30.8%, ‘NH-Amundi리버스인덱스펀드’는 16.74%, ‘키움마이베어마켓펀드’는 15.79%의 성적을 거뒀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편입하는 ‘로볼 ETF’도 공포 장세에 유용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편입하는 ‘로볼 ETF’도 공포 장세에 유용하다. ‘로볼’은 낮은 변동성이란 의미를 지닌 ‘로 볼러틸리티(low volatility)’의 줄임말로 변동성이 작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과 같이 주가가 어디로 튈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 피난처로 유용하다. KB자산운용이 상장시킨 ‘KBSTAR 모멘텀로우볼 ETF’는 올 들어 1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면서 로볼 ETF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할 때는 지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증시가 하락 추세를 바꿔 단기에 ‘V’자 반등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급락장 충격이 겹치면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조언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나 홀로 강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가 불안하다.
지난 10월 15일(현지 시각) 뉴욕 다우지수는 0.35% 내린 2만5250.5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커 0.88% 하락한 7430.74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10~11일 이틀 연속 급락한 뉴욕 3대 지수가 같은 달 12일 반짝 반등하는 듯하더니 또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금리 상승 우려가 일차적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 증시를 든든히 지탱했던 기술주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10월 15일에도 다른 업종에 비해 기술주 하락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1위 애플이 2.1% 떨어졌고, 아마존(-1.5%), 넷플릭스(-1.9%), 알파벳(-1.6%), 엔비디아(-4.5%) 등이 모두 큰 폭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애플,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의 향후 실적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3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15% 줄어들 것”이라면서 “연말 쇼핑 시즌까지 중국의 수요가 계속 줄어들면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현재 2750선인) S&P500지수가 2600 또는 250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며 “미국 성장주·기술주에 대한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추가로 10%, 일부 종목은 1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했다.
증시 수급 측면에서도 코스피에 불리한 국면이다. MSCI는 지난 9월 25일(현지 시각) 중국 A주의 신흥국지수 추가 편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중국 A주 추가 편입 계획은 올해 5월과 8월 편입된 중국 A주 대형주 비중을 기존 5%에서 20%로 확대, 투자 가능한 중국 주식 유니버스를 차이넥스트지수까지 확대, 2020년 5월 중국 A주 중형주 중 20% 편입 등을 골자로 한다.
MSCI 가이드라인대로 편입을 진행할 경우 현재 0.71%의 비율로 편입된 중국 A주는 내년 2.8%, 내후년 5월에는 3.4%까지 비율이 확대될 전망이다.
MSCI는 중국 증시의 완전 편입을 가정할 경우 중국 전체 비율은 약 40%로 늘게 되며, 이 중 A주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약 14.8%로 확대된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MSCI EM 안에서 한국의 비율은 약 14.8%다. 만약 중국 A주가 추가로 편입될 경우 내년 8월 이 비율은 14%까지 떨어진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0.8%포인트만큼 자금이 유출된다는 뜻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MSCI EM 추종자금은 1조달러로 추정된다”며 “해당 비중 감소 부분을 감안하면 10조원의 한국물 매도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포에 베팅하는 상품들은 하락장이 끝날 때라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매도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투자 대상 지수가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일을 반복할 경우 인버스 ETF나 VIX ETN에 중장기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약세장을 전망한다고 해서 이런 상품에 무작정 ‘몰빵’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다. 급락 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8/10/658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