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본동 지역주택조합 관련 기사] 4800억·2800억...표류사업에 뭉칫돈 채무보증한 건설사들
4800억·2800억...표류사업에 뭉칫돈 채무보증한 건설사들
입지 뛰어나 투자금 회수 기대
"재무 리스크만 늘리는 꼴" 지적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8일 '노들역푸르지오'의 시행사 로쿠스에 2800억원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지난 3월 채무보증금액을 1390억원에서 2430억원으로 늘린 뒤 3개월만에 다시 400억원을 증액했다. 현재 대우건설이 수분양자와 시행사 등에 제공한 채무보증 총 잔액은 14조3589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이 로쿠스에 처음 채무보증을 제공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25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한 이후 소송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이 11년째 지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매년 리파이낸싱을 통해 로쿠스의 신용을 보강해줬다.
노들역 푸르지오 사업은 서울시 동작구 일대에 공동주택 823가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시작했지만 2012년 로쿠스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사업권을 확보했다. 당시 조합과 시행사, 시공사 간의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여전히 소유권과 사업계획승인 등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이 이어지면서 시행사의 부채는 1593억원까지 늘었다. 브릿지론(사업 초기 고금리 단기 대출)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연간 100억원 이상씩 부채가 늘어났다. 부채 규모는 유일한 자본인 건설용지의 공시지가(1672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성이 불확실한 사업장에 대우건설이 채무보증을 지급하며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주요 입지인 만큼 사업이 진행되면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장기 채무보증으로 누적된 손실을 고려하면 리스크에 비해 얻는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쿠스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부 팀장이 나와서 설립한 회사다.
DL이앤씨 역시 최근 10년 이상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업장에 4881억원 규모의 대여금 만기를 연장했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 대여금 만기 연장을 의결했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설립된 프로젝트금융회사로 DL이앤씨가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최초 시행사의 부도로 DL이앤씨는 지난해 해당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전환했다. 13년간 사업은 멈춰 있는 상태지만 DL이앤씨는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만기 연장을 위해 149억원의 사업비를 대여해 줬고, 올해 대여금 규모는 5941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사업장 역시 자산총계(4521억원)보다 부채총계(7934억)가 더 많은 상태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모두 사업이 정상화되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7600억원 규모의 우선수익권증서(3순위)를 담보로 잡았고, DL이앤씨는 사업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장의 입지가 워낙 뛰어난 만큼 진행만 된다면 투입한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남아있는 소송도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과 자본 시장 모두 침체된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사업성 부족 등으로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 사업장에 10년 이상 자금을 투입한 경우 누적된 손실로 인해 손을 털고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수익이나 담보를 확보하지 않고 무작정 PF 보증을 늘려주는 것은 리스크만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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